현대 의학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항생제 내성균,
이른바 '슈퍼버그'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예일대 김민영 박사와 스탠퍼드대 폴 볼리키 교수 연구팀은
박테리아를 표적으로 삼는 바이러스, '파지(phage)'를 활용한 치료법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습니다.
파지란 무엇인가?
파지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로 특정 박테리아에 달라붙어
DNA를 주입하고 증식하며 박테리아를 파괴합니다.
이런 독특한 특성 때문에 20세기 초반에는 감염 치료제로 주목받았지만,
항생제의 대중화로 한동안 잊혀졌습니다.
그러나 항생제 내성균의 확산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파지 칵테일 치료법의 원리
연구팀은 다양한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는 파지를 혼합해
특정 박테리아에 맞는 맞춤형 조합을 설계했습니다.
이 방법은 HIV나 결핵 치료제에서 사용하는 '칵테일 요법'에서 착안해,
박테리아의 생존과 증식 경로를 동시에 차단하는 전략을 적용한 것입니다.
그 결과 연구팀은 ‘김치(KIMCHI)’ 칵테일로 불리는
‘KIM-C1’을 포함한 다양한 파지 칵테일을 개발했습니다.
이 칵테일은 실험에서 다제내성 녹농균 균주의 96%,
황색포도균 균주의 100%에 가까운 박멸률을 기록하며 큰 성과를 보였습니다.
파지 치료법의 장점
항생제 저항성 극복 가능성: 박테리아가 파지에 대한 내성을 키우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을 지닙니다.
안전성: 자연에서 유래한 물질로, 인체에 안전한 치료법으로 평가됩니다.
기존 항생제와의 병용 가능: 파지 치료법은 기존 항생제와 함께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임상 적용의 한계와 과제
하지만 임상 적용에는 몇 가지 과제가 있습니다.
특정 박테리아를 가진 환자군을 찾는 일이 어렵고,
미국 식품의약청(FDA) 등의 규제기관이 파지 치료제를
'맞춤형 생물의약품'으로 분류하면서 개발 절차가 복잡해졌습니다.
항생제를 대체할 가능성은?
김 박사는 "파지가 항생제를 완전히 대체하진 않겠지만,
항생제 내성균 감염병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기존 치료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러한 파지 치료법은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현대 의학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규제와 임상 실험의 한계를 극복해
더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